[앵커]
산림을 개발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생태계 복원을 위해 마을을 없애는 일은 드뭅니다.
그런데 지리산의 한 산골 마을은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철거되는 묘한 운명을 맞게 됐습니다.
보도에 이승윤 기자입니다.
[기자]
국립공원인 지리산 노고단에서 내려다보면 산속 한가운데에 작은 섬 같은 마을이 보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화전민들이 모여 조성된 해발 750m의 '심원마을'입니다.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던 이곳의 주민들은 1967년 국립공원 지정 당시엔 임산물 채취나 양봉을 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1987년 지리산 관광도로가 개통된 뒤 식당, 펜션 등이 생겨나며 주변 환경이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생태계 복원에 나선 정부는 주민 보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마을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1단계로 마을 내 건축물과 진입도로, 포장, 축대벽 철거가 이뤄지게 됩니다.
급경사 지형을 고려해 최소한의 자생 수종을 심어 자연스럽게 퍼지게 하는 복원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19가구가 살던 마을은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과 새끼 3마리의 안전한 서식처와 이동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승준 / 국립공원관리공단 과장 : 우리 공단에서는 앞으로 이 지역이 반달가슴곰 등 다양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 역할을 수행하여 지리산 국립공원의 생물 종 다양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관리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서 북한산 송추계곡 부근 마을을 철거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을 완수한 환경부는 이번 심원마을 철거도 지리산 생태계 복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YTN 이승윤[risungyo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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