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소비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지난 2분기 우리 가계의 씀씀이는 다시 한 번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이런 소비 위축은 경기 탓도 있지만, 고령화라는 구조적인 요인도 커, 단기 대책으로는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고한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먹고 입는 씀씀이부터 줄입니다.
실제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 2분기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의류와 신발 지출이 1년 전보다 큰 폭으로 줄었고, 사교육비 지출도 감소했습니다.
[박정화 / 부산시 연지동 : 마트에 가서 구매할 때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었다 뺐다 결정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반면, 우울한 경제 상황을 대변하듯, 담배와 주류 소비는 늘었습니다.
특히, 담배 지출은 1년 전보다 10.9%나 뛰어,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떨어뜨리겠다던 정부의 장담이 무색해졌고, 서민 부담은 그만큼 커졌습니다.
[이현재 / 서울 상암동 : 담배 가격 인상되고 나서 끊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돈만 더 빠져나가서 힘듭니다.]
여기에다, 기업들은 수십조 원 늘어난 순이익을 쌓아만 둘뿐 근로자 임금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자영업 불황도 깊어져, 2분기 물가 상승분을 뺀 가계의 실질 소득 증가율은 0을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지갑이 얇아지니 소비는 줄 수밖에 없고, 결국, 처분 가능한 소득 가운데 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가계의 평균 소비 성향은 역대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습니다.
문제는, 소비 위축이 경기 탓도 있지만 고령화가 구조적인 원인이어서, 할인 행사나 세금 감면 같은 단기 대책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게 됐다는 겁니다.
[김보경 / 통계청 복지통계과장 : 30∼4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이 높은 편인데, 고령화로 60대 이상 가구주 비율이 높아지면서 평균 소비성향이 하락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득 격차도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 기업의 이익이 가계의 소득으로 이어지게 하고, 분배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YTN 고한석[hsgo@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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