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출주표 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최우가 내리치는 나뭇가지에서
은은한 자색 광채가 비쳐지고 있었는데 그 기운이 예사롭
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태허선사였기 때
문이다. 그 광채는 나뭇가지 끝에서 3척이나 길게 솟아
나와 마치 가지가 그만큼 더 길어진 듯이 보였다.
태허선사의 눈에 은근한 감탄의 기색이 어렸다.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던 이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우의 나뭇가
지가 머리를 내리치려는 찰나, 태허선사의 몸이 한 번 흔
들리더니 슬쩍 옆으로 비켜섰다. 태허선사의 동작이 얼마
나 빠른지 처음부터 그런 동작으로 서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있었던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동시에 공중에 도약해 있던
최우의 미간을 향해 예리한 광채가 날아들었다. 그것은 바
로 태허선사가 찌른 짧은 나뭇가지였다. 일순간 수비와 공
격이 한꺼번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제는 최우가 태허선사의 나뭇가지를 향해 몸을 던진
듯한 자세가 되어 버렸다. 곧바로 섬전 같은 광채가 그의
미간을 꿰뚫으려는 순간! 돌연 내리치던 최우의 나뭇가지
가 갑작스럽게 멈추는가 하더니, 최우의 몸이 빙르르르
옆으로 한 바퀴 돌면서 태허선사의 공격을 피해 내고 있
었다.
허공에서 내리치던 병기를 갑자기 멈추는 것은 거의 불
가능한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것도 상대방의 공
격을 피하면서 멈출 수 있다니! 그러나 최우의 묘기는 거
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몸을 돌려 피함과 동시에 최우
는 태허선사를 향해 나뭇가지를 무려 여덟 번을 찌르고
여덟 번을 휘둘렀다. 그것은 마치 광풍이 몰아치고 해일이
덮치는 듯한 위세의 공격이었다. 바로 팔격창(八擊槍)의
비술(秘術) 중 여섯 번째인 팔점팔격이로연환참(八點八擊
二路連環斬)의 수법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이정의
눈이 현란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있는 이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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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선사도 감탄은 있었으되 놀람은 없는 듯했다.
최우의 초식이 태허선사의 몸을 향해 밀려오자 태허선사
는 공격하던 자세를 바로잡아 나가며 가볍게 몸을 흔들면
서 나뭇가지를 휘두르고 있었다. 순간 태허선사의 몸이 흐
릿해지며 수십 가닥으로 나뉘어진 나뭇가지가 햇살처럼 퍼
져 나와 최우의 공격을 차례로 해소하는 것이 아닌가. 그
것은 마치 검 수십 개가 빽빽하게 들어서서 방패 모양으로
변한 채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이에 최우는 외마디 탄성을 내지르며, 곧 허공에서 몸을
빼어 뒤로 물러섰다. 번개처럼 빠른 동작이었다. 두 사람은
담담한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최우가 공격하고 태
허선사가 반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 2초에 불과했다.
줄곧 공중에 몸을 띄운 채로 출수(出手)한 최우의 빠르고
거침없는 공격도 놀라웠지만, 태허선사의 부드러우면서도
물샐틈없는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묵묵히 경탄의 눈길
을 교환하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새벽 햇살 속에 길게 드리
워졌다.
한편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는 이정의 눈빛은 시종일관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조용히 정좌하고 있었다.
"훌륭한 검막(劍幕)이었습니다. 제 살아 생전에 검막을
볼 행운을 갖게 되다니……."
검막! 천하에 검막을 펼칠 수 있는 공력을 지닌 자가 과
연 몇이나 있을까.
"허허, 자네의 연화참은 더 무시무시했네."
태허선사는 웃으며 팔을 들어 보였다. 그의 소매에는 동
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럼 무승부로군요."
그가 머리를 흔들어대자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땅에 떨어졌다. 그 짧은 순간에 둘은 서로 한 수씩을 주고
받은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부드러운 눈길에서 이정은
더 이상의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대결은 없으리란 것을 예감했다. 이정은 담담
한 눈으로 북녘 하늘을 물끄러미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한 중국 대륙이 자신을 기다
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눈에는 호기심과 함께 어떤 결
의가 떠오르고 있었다.
사흘 뒤 새벽, 고려의 옛 수도인 개성(開城)의 어느 장
원(莊園)에 도착한 이정과 최우는 용 문양이 그려진 솟을
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긴 머리를 질끈 묶은 이정과 긴
수염을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단정히 다듬은 최우는 흰색 경장에 괴나리봇짐을
하나씩 들쳐 맨 차림새였다.
곧 대문이 열리더니 두 사람의 눈앞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노파 하나가 용두괴장(龍頭怪杖)을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노인답지 않게 얼굴에 주름살도 하나 없었으며 허
리도 대나무처럼 꼿꼿했다.
이정은 그녀의 흰 피부와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갸름한 얼굴에서 젊은 날의 사설경마사이트, 사설경마사이트 ● SunMa . mE ● 미
모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날카롭게 각진 턱과 날렵한 코,
형형한 안광이 그녀가 결코 평범한 노파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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