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정예상지 제갈령이 눈을 반짝이며 염제를 바라보았다.
"물론 지금 있는 이곳의 인원이 다가 아닐 거란 것은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오셨는지 그렇지 않아도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염제의 입가에 괴소가 어렸다.
"아이야, 네가 모른 것이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무척 궁금합니다."
"너는 녹림왕의 무공을 제대로 몰랐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 아느냐?"
제갈령은 더욱 궁금한 표정으로 염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너는 관표의 무공이 강해보았자 십이대초인의 적수는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나이의 한계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무공이 정말 십이대초인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분명히 사실이다."
그 말을 들은 무림맹의 수뇌들은 모두 놀라 탄성을 발했고,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천문의 수하들
얼굴엔 뿌듯한 자부심이 어렸다.
적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으니 이젠 그 누구도 관표의 무공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제갈령의 안색이 굳어졌다.
관표의 무공이 정말 십이대초인들과 비슷한 수준이란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녀는 지금 염제가
하는 말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땅바닥에 붙은 채 꼼짝도 못하는 정의맹 수하들에게서 관표와 당진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모두 놀라서 횡설수설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애써 외면했었다.
특히 당진진의 독공이 폭주했으며, 그녀를 관표가 유인해 갔다는 말을 듣고 당진진에게 져서
도망친 것이라 생각했었다.
한데 지금 염제의 말은 그녀뿐이 아니라 무림맹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어땠을까?
우선 정의맹에 당진진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최소한 당진진과 관표를 상대할 준비는 하고 왔을 것이다.
그들이 만약의 경우 힘을 합할 수도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그 이상의 압도적인 힘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만약 전륜살가림에 그 정도까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생각하나마나 한 이야기였다.
중원을 도모할 정도의 단체라면 당연히 뛰어난 책사가 있어야 한다.
제갈령은 눈앞의 염제가 그런 인물 중 한 명임을 짐작하였다.
판단이 서자 제갈령은 빠르게 사방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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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갈가의 자랑답게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구나. 그러나 아이야, 너는 늦었구나.
나도 설마 천문에 투괴까지 있을 줄은 몰랐고, 무림맹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몰랐지만,
우리 힘은 너희들을 상대하고도 남음이 있단다."
투괴란 말에 무림맹의 인물들은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그제야 지금 무지막지하게 싸우고 있는 혈투의 주인공들 중 한 명이 투괴임을 알았다.
"무척 자신만만하군요."
"당연하다. 조금 전에 들은 소식으로 당진진과 관표가 서로 양패구상한 것 같다고 했다.
덕분에 둘을 상대하려 했던 힘으로 너희를 상대하면 된단다. 흐흐, 그 외에도 만약을 위해
준비한 것이 있으니 너희들은 충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염제의 말에 제갈령은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MA . mE ↙ 다시 한 번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 여유있는 모습이 몹시 얄밉다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참으로 우리가 불리해졌군요. 하지만 세상일이란 끝나기 전엔 아무도 짐작하기 어려운 법이랍니다."
"그렇지, 네 말이 옳다. 그런데 아이야! 설마 무림맹의 맹주가 너는 아니겠지."
제갈령은 염제의 말에 큰 눈을 더 크게 뜨면서 말했다.
"당연하지요. 하지만 맹주님은 이런 일에 나서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답니다.
어쩌죠?"
"좋구나! 어차피 죽고 죽이는 사이, 알면 뭐 할 것인가? 그렇다면 너는 언제까지 말만 하고
있을 참이냐?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생각이 없다만."
제갈령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염제를 보면서 말했다.
"어머, 그렇군요. 그럼 이제 우리는 싸워야겠군요. 그렇죠?"
마지막 말은 반고충을 보면서 한 말이었다.
반고충은 그녀의 뜻을 이미 헤아리고 있던 참이었다.
"깜찍한 아가씨군. 당연히 우리는 힘을 합해 싸워야 할 것이오."
반고충의 대답과 함께 갑자기 사방에서 살기가 충천하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인해 주변의 공기가 터져 나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전투가 시작되려 하자, 무림맹의 노고수들이 앞으로 나오고 제갈령은 뒤로 물러서려 하였다.
그러나 그것을 두고 볼 염제가 아니었다.
"도망가려 하느냐?"
고함과 함께 염제의 손에서 한 가닥의 온라인경정 , 온라인경륜 ↘ SunMA . mE ↙ 불길이 뿜어져 제갈령을 공격해 갔다.
날름거리는 양강의 장력은 당장이라도 제갈령을 불태울 것만 같았다.
그 순간 환상처럼 하나의 그림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초인들의 대결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며 염제가 뒤로 세 걸음이나 주르륵 밀려 나갔다.
그리고 제갈령의 앞엔 궁장 차림의 여자가 한 폭의 그림처럼 곱게 서 있었다.
"대… 대체?"
단 한 손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궁장 미부를 바라보는 염제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결코 십이대초인의 아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염제였다.
그런 자신을 한 손으로 물러서게 하는 여자가 있으리란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염제는 눈앞의 여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무림맹에 그런 정도의 실력있는 여자가 있다면 누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