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마 홍염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의 신황이다. 그러나 홍염화는 야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욱 신황답다고 생각했다.
만약 신황이 남들처럼 화려한 미사여구로 그녀에게 말을 했다
면 오히려 실망했을 것이다.
신황은 어디까지나 신황이다. 그리고 홍염화 자신은 그런 신황
을 좋아했다.
2장 파괴자(破壞者)
그가 걷는 길은 파괴의 길, 그것이 그의 운명......
(1)
흔히들 일만 이천 봉이라고 부른다. 금강산을 이루고 잇는 봉우
리를 아우르는 말이다. 정말 일만 이천 봉일까 싶을 정도로 금강
산은 수많은 봉우리들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산봉우리 하나하나에 영기가 어려 기감이 발달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신령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신황은 어깨에 앉은 무이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해주고 있었다.
"이곳은 이 땅에 흐르는 지맥(地脈)의 가장 중요한 부위에 해
당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지맥이요?"
"그래! 땅에도 흐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흐름에 따라 나
라의 기운이 흥하거나 쇠한다고 하지. 그리고 그것을 풍수리지라
고 한단다. 이곳 금강산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봤을 때, 이 땅의 등
줄기의 중심이나 마찬가지란다. 때문에 이곳은 조선의 은자들과
선인들은 이곳을 무척이나 중요시한단다."
"그럼 이곳에는 은자들도 많이 있겠네요?"
"그래! 이곳에는 본래 많은 은자와 선인이 수도를 한단다."
금강산에는 일만 이천 봉우리에 각자 주인이 있다는 말이 흘러
나올 정도로 많은 은자들이 숨어있었다. 그 모두가 금강산에서 흘
러나오는 맑은 기운 때문이었다.
"중원에서도 무당파나 청성파와 같이 특별한 산에 도인들이 몰
려들지. 그것은 물론 그 문파들의 무공이나 독문심법 때문일 수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사의 기운 때문이란다. 중원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산들이 괜히 영산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란다. 단지 조선
이 틀린 점이 있다면 산의 기운을 더욱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
이다."
"산의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기운을 이해하다니요! 어떻게 산의 기운을 이해한다는 말
이죠?"
무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것은
홍염화도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 중원의 명문정파 출신이라고 자
부하는 그녀들이지만 지금 신황이 하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
문이다.
"산에는 각자 고유의 기운이 있다. 가령 나의 본가가 있는 장백
산은 강렬한 화(火)의 기운을 가지고 있지. 그 기운은 너무나 강
렬해 생명력이 약한 생물들의 발걸음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금강산은 목(木)의 기운을 가지고 있지. 때문에 마치 봄의
새싹과도 같은 온 산에 생명력이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넘친다. 덕분에 산과 골짜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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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조선에서도 보기 힘든 각종 생명체들이 넘쳐난다. 그와 같은
이치이다. 각 산에는 그 산에 맞는 기운이 있고, 그 기운이 모여
나라의 국운을 결정한다. 그와 같은 맥락으로 산을 이해하는 것이
다."
무이와 홍염화의 입이 딱 벌어졌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
기 때문이다. 물론 중원에도 풍수지리가 있다. 그러나 평소에 그
런 것에 관심을 가져볼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신황의 말은 새롭
게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금강산은 그야말로 수도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이곳 같은 영
산에서 오랜 시간 수도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놀라운
능력이 생긴다. 그렇게 태어난 자들이 바로 은자들과 선인들이
지."
"그렇군요!"
여로모로 중원의 무학체계와는 다른 곳이었다. 중원이 체계적으
로 문파를 만들어 무인들을 탄생시키는 데 반해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이었다.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그런데도 신비한 힘을 가진 은자들이 그
리 많이 있다니, 정말 신비한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신황의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리고 그것은 신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홍염화와 무이가 미
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그녀들의 좌우에 서서 걷고 있었다.
분명 주위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그러나 신황 형제는 피부
위로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은 점점 하나
둘 늘어났고, 또한 집요해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무이와 홍염
화는 그런 기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신황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안통인가?'
불가에서 말하는 육신통(六神通) 중 하나인 천안통(天眼通)은
공간을 뛰어넘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그와는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은자들도 비슷한 종류의 안법을 익히
고 있었다.
무이와 홍염화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그들은 수많
은 은자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이다.
크르릉~!
설아가 기분 나쁜 듯 무이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비록 신황처
럼 확실히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마권판매사이트 √√ SunMa . mE √√ 그래도 자신의 몸에 닿는 집요한
시선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설아가 영물이기 때
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금강산에 발을 들일수록 그들을 따라붙은 시선이 많아졌다. 그
리고 더욱 끈끈해졌다. 그러나 신황과 신원은 모르는 체 태연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이곳에 정말 은자들이 있나요? 아무리 들어가도 사람은
안 보이는데요."
무이가 의뭉스런 표정으로 신황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