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예상가 관표에게나 아버지 관복과 어미니 심씨에게 있어서 관이는 그렇게 상처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관표는 관이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 심씨는 관이의 이야기가 나오자 가슴이 아픈 듯 고개를 돌리고 치맛자락으로 눈가를 닦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관이도 자신의 잘못을 느끼고 있을 에이스경마예상지 ● T119.Me ● 것입니다.
제가 반드시 찾아서 돌아오겠습니다."
"너만을 믿겠다."
관표는 아버지가 격한 감정을 억지로 눌러 참고 말한다는 것을 느꼈다.
관복은 그런 마음을 숨기려는 듯 갑자기 서둘렀다.
"갈 거면 빨리 가는 것이 좋다. 이제 밖에 나가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거라."
"예, 아버지."
관표가 다시 한 번 머리를 조아리고 고개를 들자, 눈물이 글썽한 그의 어미가 다가와 관표의 손을 잡았다."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관표가 의연하게 말하자 그의 어미 심씨도 조금 마음을 여미는 듯 했지만, 못내 자기 자식이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말을 하면 큰 소리로 울 것 같아 입을 떼지도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신다.
"이 예편내야, 이제 그만 울어! 누가 죽으러 가남! 표야, 얼른 밖으로 나가거라!"
관복의 독촉에 관표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백여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후다닥 일어선다.
심심산골에 있는 마을치고 꽤 많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는 수유촌에 사는 사람 전부라고 할 수 있었다.
"관표, 이제 가려는가?"
"자네가 잘되야 이 수유촌도 서광이 비춘다네."
"자네가 잘되면 내 자식놈들도 잘 이끌어 주게나."
동네 어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관표에게 매달려 그에게 자신의 하소연을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때 나이 지긋한 동네의 촌장이 앞으로 나섰다.
"조용! 조용! 모두들 조용히 하게. 이제부터 이 동네를 대표로 에이스경마예상지 ● T119.Me ● 출사를 하게 된 관표의 앞날을 위해 제를 지내려 하니 준비들 해주게나."
드디어 마을 사람들은 관표를 위해 물 한 동이와 밥 한 사발, 그리고 산에서 잡은 날짐승과 토끼 고기를 놓고 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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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봄이라 아직 곡식이 익지 않았고, 모아놓았던 식량도 다 떨어질 때라 제를 지내는 상도 조촐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절차로 제가 끝나자, 동네 어른들을 대표해서 촌장이 관표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자네도 알다시피 이 모과산 주위에 있는 장가촌과 왕가촌, 그리고 수유촌은 화전으로 이루어진 마을치고 꽤 오랫동안 삶을 이어왔네. 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화전으로 살아가기에는 터가 너무 좁고, 땅은 비옥하지 못하네. 그러다 보니 마을은 언제나 궁핍하고, 끼니를 거르는 날이 태반이었네. 이는 자네가 보아왔으니 잘 알 것일세. 오죽했으면 오늘 같은 날도 잔치 한 번 제대로 못하겠는가?"
촌장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관표 역시 콧날이 시큰거렸다.
그가 왜 그것을 모르겠는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 탈이다.
촌장은 잠시 목이 멘 듯 숨을 고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우리 에이스경마예상지 ● T119.Me ● 수유촌만 빼고, 왕가촌과 장가촌은 마을을 대표하는 영웅호걸들이 있어 그 마을을 기름지게 하였네. 이제는 부촌이 되었지. 우리 마을에 살던 사람들 일부가 그들 밑에 머슴으로 들어가 사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이는 오로지 에이스경마예상지 ● T119.Me ● 우리 마을에 우리를 이끌어줄 인재가 없기 때문일세. 내 얼마 전에 왕가촌 촌장 놈을 만나서 얼마나 무시를 당했는지… 글쎄, 이 우라질 놈의 새끼가 나더러 자기 집에 머슴으로 와서 살면 어떠냐고 묻더란 말일세."
촌장은 당시 당한 수모와 에이스경마예상지 ● T119.Me ● 망가진 자존심을 생각하며 눈물을 뚜루룩 흘리고 말았다.
몹시 분했던 모양이다.
뒤에서 듣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앞 다투어 왕가촌 촌장에게 욕을 해댄다.
약간의 소동이 진정되자 눈물을 삼킨 촌장은 간절한 소망이 어린 눈으로 관표를 보았다.
"아저씨, 이제 진정하세요. 제가 반드시 성공하여 이 마을이 다시는 무시당하지 않게 하겠습니다."
관표가 믿음직스럽게 말하자 촌장은 늙은 얼굴에 만족한 웃음을 머금었다.
"고맙네! 부디 꼭 부탁하네."
노인의 간절한 부탁을 듣고 있을 때, 우람한 체격의 대한이 목발을 짚고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보기에도 거대한 도끼가 들려 있었다.
대한은 그 무거운 도끼를 가볍게 들고 관표에게 다가섰다.
"표야."
"조공 형님."
"미안하구나. 내가 발만 무사해도 너하고 함께 하겠구만."
"형님, 몸조리나 잘하십시오."
관표가 씩씩하게 말하자 조공이라 불린 대한이 씨익 웃으며 들고 온 도끼를 관표에게 주었다.
"영웅행엔 그에 걸맞는 무기가 있어야 하네. 이것은 내가 팔백 년을 넘게 살다가 이 년 전 벼락 맞은 박달나무를 다듬어 만든 도끼일세."
묵직해 보이는 도끼치고 좀 가볍다 했더니, 쇠가 아니고 나무로 만든 것이란다.
"네가 알다시피 마을에 쇠붙이가 하나도 없구나.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무로 만들었지만, 내가 천연으로
만든 먹물을 잘 먹여 언뜻 보면 쇠로 만든 도끼처럼 보일 것일세. 이 정도면 산을 나가 세상으로 가는 데 호신용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믿네."
관표가 도끼를 잡고 휘둘러보았다.
제법 그럴듯하게 자세가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일제히 박수를 치고, 어떤 사람은 감격해서 고함까지 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