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경마 한편 지금 취의청 안에는 소요문을 돕기 위해 달려온 강
남신녀 유진진과 고왕부의 김적도 앉아 있었다.
이정을 바라보는 김적의 심정은 무척 착잡했다. 그녀는
자신과 박우립의 필생의 적인 이성계의 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앞으로 자신이 섬겨야 할 왕삼의 정인이기
도 했다.
그는 그저 단순하게 사설경마사이트, 인터넷경마 ↘T 119 . ME ↙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정도 조
선으로 떠나기 전 고왕부에 들렀을 때, 자신을 그의 구원
(舊怨)과 연결짓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과거 세대의
일은 과거 세대의 일로 돌려야 한다. 게다가 이 대륙 땅에
서 그들은 한 배를 탄 동지가 아니던가.
이정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무림맹과 구천마맹이 완전히 퇴각했습니다. 그들이 본
격적인 전투 한 번 벌이지 않고 그대로 물러선 건, 모두
왕 대협께서 무림맹 총단을 뒤흔들어 놨기 때문입니다. 그
리고 그분이 소요문으로 오시지 않은 것 역시 구천마맹의
퇴각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림맹과 구천마
맹, 모두 자신들의 안방이 위험해지자 더 버틸 수가 없었
던 거지요."
이정의 말은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수긍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은 말을 하면서도 필경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왔을 왕삼이 떠올라 목이 메임을
느꼈다.
'지금은 또 어디서 생사를 넘나들고 계시는지...'
그래도 지금의 감격은 처음 왕삼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덜했다.
그녀는 조선에서 돌아오자마자 왕삼의 실종 소식을 접하
고 하루를 1년처럼 느끼며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런 와중
에서 무림맹 총단이 그에 의해 유린되었다는 전갈이 도착
한 것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소요문의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감격했고, 왕삼을 연모하고 있는 유진진은 어린애처럼 울
음을 터뜨렸다. 물론 아무도 왕삼이 죽었다고는 생각지 않
고 있었지만 막상 그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던 것이다.
이정의 심정을 헤아리고 사람들은 모두 숙연해졌다. 그
녀는 굳이 자신의 가정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
시 숨을 돌린 뒤, 다시 천천히 말을 사설경마사이트, 인터넷경마 ↘T 119 . ME ↙ 이었다.
"구천마맹이 퇴각을 서둘렀다는 건 왕 대협께서 그들의
본거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 그렇다면 그분은
일부러 기밀원을 습격해서 그들의 총단이 있는 위치를 파
악했음이 틀림없지요. 무림맹의 모용소소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그 정도는 헤아리고 있을 테죠. 그러니 어쩌면
무림맹도 지금 구천마맹의 본거지로 향하고 있을지도 몰
라요. 어떻든 왕 대협을 제거하려는 두 세력의 동맹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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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까지 해소된 건 아니니까요."
"그러면 우리도 이러고 있을 수는 없겠군. 정예 고수들
을 뽑아 그들의 뒤를 쫓아야지."
묵묵히 듣고 있던 나일청이 의견을 내놓았다. 이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겠지요. 무림맹을 몰래 뒤쫓아가서 왕 대협 일행
을 도와야 합니다."
철산이 그 우렁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역시 우리 왕삼 형님이라니까! 무림맹과 구천마맹 놈들
의 협공을 받고도 살아나시고, 게다가 무림맹을 쑥대밭으
로 만든 것도 모자라 구천마맹까지 노리고 계시다니! 이
건 형님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형수
님."
사람들은 다 철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
다. 왕삼이 실종된 후 1년동안, 암울하고 불안한 날만 계
속되던 소요문에 드디어 한 줄기 햇살이 비치는 느낌이었
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 묻힌 천마도는 마치 유령의 성처럼
괴괴해 보였다. 가까이에서 본 천마도는 서쪽의 좁고 긴
해변을 제외하고는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에
워싸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 척의 범선이 그 섬을 천천히 접어들고
있었다. 언뜻 보면 보통 고깃배 같았지만 선미에 꽂힌 두
개의 깃발이 왠지 으스스해 보였다.
하나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해골이 그려진 깃발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흰색 바탕에 붉은 해골이 그려진 깃발이었
다. 바로 구천마맹과 마교의 표식이었다.
왕삼과 질풍금룡대는 면석포 외딴 곳에 정박해 사설경마사이트, 인터넷경마 ↘T 119 . ME ↙ 있는 그
들의 배를 탈취하여 이곳까지 온 것이다.
천마도 인근 해역은 사시사철 거센 파도가 일었다. 그리
고 온통 회오리치는 물결이 섬을 에워싸고 있었으므로 사설경마사이트, 인터넷경마 ↘T 119 . ME ↙ 단
한 군데 물길을 제외하고는 어떤 배도 접근하기 힘들었다.
그 물길은 천마도를 돌아 뒤편으로 접근해야만 만날 수
있었다.
왕삼 일행은 생포된 비천삼사를 심문한 끝에 그 물길의
소재를 알 수 있었다. 물론 비천삼사 같은 인물들이 고분
고분 그 물길의 소재를 발설할 리는 없었다.
하지만 왕삼은 자부문의 절기 중 새로 터득한 수법들을
참고하여 결국 그들의 말문을 열었다.
그 수법이란, 박우립이 북리단의 육체를 빌 때 사용했던
환혼대법과 일종의 최면술이라 할할 수 있는 인혼대법(引
魂大法)이었다. 그점은 마사나 모용소소도 미처 생각지 못
한 부분이었다.
사실 마사는 왕삼이 천마도로 향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
지만 정말 천마도에 잠입할 수 있는 확률은 채 반도 안된
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범선은 천마도의 뒤편에 닿고서 다시 해안을 따라 서쪽
해변으로 접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