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수치를 머금고 우스운 꼴을 당했지만 하수연의 모습은 더없이검을 휘두르는 동안 그녀는 아픈 기억을수 있었다. 얼마 동안인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던 하수연이 검을 멈추었다. 그녀의 앞엔 화산의 장문인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화산용검서 있었다. 애잔한 눈으로 그는 자신의 한동안 지켜본 듯 했다. "아버님." "세상의 어떤 일이든, 시간이모든 것은 그 안에 묻혀마련이다. 이제 그만 잊거라!" 하수연은 이를 악물었다. 다시 한그 수치스럽던 사건이 떠올랐다. 아랫도리가 다시 욱신거리면서 쓰려오는 기분이었다.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이 제 일을 다 잊을 수저는 잊지 못할 겁니다. 반드시 그 자식을 찾아내어 찢어말겠어요. 그러기 전엔 전 세상을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하불범은 한동안 자신의 딸을 내려다보았다. 하긴 그런 수치를 당하고 자살하지 않은 것만으로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정말로난다면 그 힘을 다른 곳에 쏟아보면하수연은 아버지를 보았다. "너를 끝까지 내가있으려 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이번 일도 잊을무공에 정진을 해보면 어떻겠느냐? 네 누구보다도 뛰어나니 충분히 일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만."눈에 새파란 독기가 어렸다. "그 자식을 찢어 죽이고 뭘하겠어요." "네가 무공을 배우는 동안 내가 반드시 찾아 보이겠다.그동안 고불산(高佛山)에 가서 무공에만 정진하거라!" 고불산이란 말에 하수연이 흠칫하수연뿐만 아니라, 무림의 누가 이 자리에해도 고불산이라고 하면 놀랐을 것이다. 고불산은 그만큼 무림에 특별한 지니고 있었다. 불문의 삼대성지 중 한 곳이자,가장 상대하기 어렵다는 대비단천(大裨斷天) 연옥심의 거처였다.최고의 고수라는 정사 십이대고수 중에서도 성격이 가장 괴팍하고 고집불통에잔인함은 능히 야차보다 더하다고 알려진고수. 쌍괴 중 일인인 연옥심을 무림에서는 따로 불야차(佛野次)라고도 불렀다.연옥심은 화산에 왔다가 하수연의 자질에 반해 자신의 제자로 달라하불범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하수연은 죽어도 안 버티었었다. 그녀는 아쉬운 것이 없었다.적당히 무공을 배우다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고, 자신의 남편은 화산을그럼 자신은 배후에서 남편을 움직이며 호의호식할 수 있고 얼마든지명예롭게 살 수 있는데, 뭐 하러괴물이라는 불괴 연옥심 밑에 들어가 생고생을 하는가? 그게 하수연의그녀의 나이 당시 아홉 살이었으니,조숙함(?)은 가히 혀를 찰 만 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예전의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좀 달랐다.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좀강한 무공도 필요하고 불괴 연옥심의 배후도 필요한 것 같았다. 소림과 연화사(蓮花寺), 그리고 아미파를 일컬어 무림의 삼대성지라고 하지만, 실제나머지 두 파에 비해서 그 세력이나 힘에서 현저하게 뒤처지고연화사의 힘과 명성은 소림에 뒤처지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불괴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추락시킨남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러자면 힘이 필요했다.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웃던모습이 떠오르자 그녀의 눈에 새파란 떠올랐다. 어차피 그녀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반성할 사람은 아니었다. "가겠습니다." 하불범의얼굴이 펴졌다. 근심 하나를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다.관표라는 작자를 찾으면 연락하마. 그땐 네복수하거라!" "그렇게 할 겁니다. 반드시." 하수연이 입술을 꼬옥 깨문다.천천히 숨결을 토해내었다. 연성하기 시작해서 벌써 이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건곤태극신공을 처음시작해서 한 달이 지나자 따뜻한 기운이모여들기 시작했다.